2015년 5월 15일 금요일

사진 한 장 찍어주면 안될까



며칠 전, 용산에서 육교를 건너는데,
할아버지 한 분이 말을 건네왔다.

"저기..학생, 내가 말이야. 혼자 사는데 말이야."

할아버지의 뜬금없는 말씀에 경계의 눈초리로
내가 오늘 현금 가진 걸 어찌 알고...
이런 생각으로 할아버지를 대하기 시작했습니다.

"아, 네 그러세요."
단번에 뿌리칠 수 없어 적당히 응대해 드리다
내 갈길 갈 생각이었다.

우물쭈물 하시던 할아버지는 정말 미안한 표정으로
"저기 그래서... 내가 사진이 한 장도 없어서 그러는데...
사진 한 장만 찍어주면 안 될까?"
뜻밖의 부탁에 당황했지만, 흔쾌히 찍어드렸다.

할아버지는 사진을 보시더니
"내가 고향이 이북이야. 여긴 친구도 없고, 가족도 없어.
그래서 내가 여태 사진 한 장이 없었는데.."
더 이상 말씀을 잇지 못하시고 눈물을 흘리셨다.

"할아버지 울지 마세요.
약속대로 고시원으로 사진 꼭 가져다 드릴께요."
나도 괜히 울컥하고 눈물이 났다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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